logo

목회 칼럼

 

박완서 작가의 ‘일상의 기적’

  • 유은규 목사
  • 조회 : 1755
  • 2019.07.05 오전 10:49

 8년 전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일상의 기적이라는 글 중에 지면 관례로 중간 부분을 생략하고 옮겨 실었습니다.

 

 덜컥 탈이 났다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했는데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양말을 신는 일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눈도 피곤하고, 어깨도 힘들었노라고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내 몸이, 이렇게 기습적인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라는 중국속담을 예전에는 웃어 넘겼는데 그 속담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몇 년에 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서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였다.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 없구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저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사하고산책하는 등 사소한 일이 아닐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뒤라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은 욕심에 안달하며 무리한다.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쁨이 없고, 기쁨이 없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감사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이라는 정상에 이미 올라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 잎 클로버는 행복! 네 잎 클로버는 행운? 행복하면 되지 행운까지 바란다면 그 또한 욕심일 것이다. 오늘부터 지금부터 숨 쉴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조회
  • 1
  •  박완서 작가의 ‘일상의 기적’
  • 2019-07-05
  • 유은규 목사
  • 1756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