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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75주년 광복절을 맞으면서

  • 유은규 목사
  • 조회 : 528
  • 2020.08.15 오전 10:05

어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쓴 글을 옮겨 실었습니다.

어느 해 가을, 불국사 앞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초등학교 교장이라서 그랬는지, 많은 사람들 중에 일본에서 수학여행 온 아이들과 우리나라 아이들이 보여서, 두 나라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일본 아이들은 질서정연한 반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김밥, 과자 등을 서로에게 던지고 피하느라 아수라장이었다.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준 김밥을 던지고 장난하는 것도 그렇지만, 던져서 흩어진 김밥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걱정이 되었다. 그 때 일본 아이가 일어나서 자기 선생님에게 "저 아이들이 왜 저렇게 야단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일본 선생님은 곁에 있던 내가 일본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인지 알 수 없지만 "조선은 옛날 우리의 하인과 같은 나라였는데 지금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저 모양이구나. 하는 짓을 보니 저러다가 다시 우리 하인이 될 것 같구나."라고 했다. 일본 선생님의 진지한 얼굴을 보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진땀을 느꼈다.

 

우리나라가 다시 일본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하다니, 어쩜 지금도 저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서글픔과 걱정이 뒤섞인 채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았는데 역시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이들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고 아이들이 떠난 자리는 김밥과 과자들로 온통 난장판이었다. "아이들을 나무라지도 않더니, 어쩜 저렇게 더럽혀진 모습을 보고도 그냥 떠날 수 잇단 말인가?" 하는 원망이 일어났지만, "당장 청소를 하고 떠나라"고 그 선생님을 꾸짖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일본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가 없었는데도 음식 부스러기들을 주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김밥덩이를 줍는 일본 아이에게 "저 아이들은 함부로 버리고도 그냥 갔는데, 왜 너희들이 치우느냐?" 라고 물었더니 그 아이가 나를 쳐다보며 "모두가 이웃이 아닙니까? 우리가 버린 것이 아니라도 더러운 것을 줍는 것이 뭐가 이상합니까?" 라며 되물었다. 나는 너무나 창피해서 귀 밑까지 빨개졌다. "우리가 이대로 교육하다가는 큰일 나겠군." 혼잣말을 하며 쓰디쓴 얼굴이 됐다. “하인 같았던 나라... 다시 우리 하인이 될 것 같구나." 라는 일본 교사의 말이 귓가를 맴돌면서 "왱왱" 하는 불자동차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는 잊었는가? 1945년 일본사람들이 패전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100년 후에 다시 오겠다"고 했던 말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친일적인 글을 소개했다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극일(克日)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살펴보고 반성하며 잘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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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주년 광복절을 맞으면서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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