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시인 김수진의 수기
나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섰다
눈으로 직접 느껴보기
전에는 절대 감정표시를 잘하지 않는 나는 그 때 이곳이우리를 받아주는 조국이라는 감동 속에서만 가슴이 울렁거렸다.
길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북한에 대비한 중국의 거리들을 보고 감동에 젖었던
그것은 봄눈같이 사그러져들고 중국을 대비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황홀한 광경에 내 입에서는 “아, 아” 하는 신음 같은 작은
소음이 새어나왔다.
곳에서 백년을 앞선 곳으로
단숨에 다달았으니 내 외침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우리들의 건강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검진을 시작했다.
세심한 검진이 시작되었고
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설비들 앞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밀수해 들어오는 흔한 정통편
(正痛片:중국산 두통약)으로 아픔을달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폭포치듯 흘러내렸다.
시작해서 겉옷, 신발, 머리띠까지도 세세 낱낱이 바뀌어졌다. 나는 그때
내가 입은 모든 옷들을 속옷부터 겉옷, 신발, 생활필수품 모두 개수를
세어보았다 모두 세어보니 40여 가지가 되는 것 같았다. 그 모든
것들을 국민의 부담으로 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려해주었다.
하는 인사같은 것은 시키지 않았다.
삼키며먼저 인사를 해야 했던 우리들. 빼앗긴 것이 더 많건만 적게 차려
지는 그것조차도 선물이 되어 90도로 허리를 굽혀 감격해 해야
했던 어제날들이 허거프게 안겨왔다.
우리가 살아갈 삶의 진로를 가
르쳐주는 하나원으로 자리를 옮기게되었다.
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
으로서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 한국사이라고 생각했으며 한국사 교과서를 꼼꼼히 체크해가면서 역사적인 연대
(年代)들과 시기들을 수첩에 적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석 달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보내고 하나원을 수료하였다.
말할 수 없는 감격 앞에서 목이 메여 눈물을 흘렸다.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 죽음과도
같은 탈출의 길에서 헤쳐온 가시덤불길들,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내 마음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주민등록번호가 내 심장의 한 곳에 소중히 자리잡았다.
보인다. 이제 그
집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싫다. 아무것도 없는집이지만 푸근함이 확 밀려왔다. 황홀 한 나의 삶의 거처지, 나의 집
만세를 부르고 싶다.
스위치를 누르니
“쿠쿠가 맛 있는 밥을 시작합니다” 하는 소리가노래처럼 내 귀를 간지럽힌다. 아- 나 는 행복하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며 일부러 전자레인지를 켜본
다. 신비해서, 어쩔 줄 모른다.
날리며 상쾌함을 만
끽한다. 설거지대의 온수에 손을 잠그고이윽토록 말없이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늘어선 줄을 따
라 물이 고이기 힘든 우물바닥을 모래와 함께 퍼내던 일,물 한 바케츠를 위해 밤잠을 자지 못하고 달과 함께 우물가를 지켜
서던 밤들, 어쩌다 나오는 수돗물에서 지렁이와 거머리를
건져내며 그 물을 그대로 마시면서도 다행으로 여겼다.
기름등잔 아래서
내내 자욱한 방 안에서 추위에 떨며 찬물에 손 담그던일, 그 모든 악몽(惡夢)과도 같 은 것을 말끔히 쓸어버린 대한민국의
나의 집.
겠다고 열렬히 선
전한 3대기술혁명의 만세가 전기밥가마 한 개도해결하지 못한 북한이 아니라 이 대 한민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없는 이상한 부
름말로 전기를 보는 것이 소원이어서 명절이 오기를애타게 기다리던 북한 인민들의 모습이
하루 종일 켜도 깜박하지 않는TV 앞에서 설움을 불러내고 있다.
공중 에 선 도로들, 그 위로 달리고 있는 물매미같이 반들거리는 자동차들.
이것이 내가 지 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먹을것이 너무 흔해서 무엇부터 입으로 가져갈지 생각이 나지
않는 날들, 그 음식들 앞에서 대성통곡 하기도 했다. 삼백만의
굶어죽음 속에 합쳐진 내 친척들, 내 고향의 어린이들과 노인
네들, 쌀이 없어 갓난아기를 업고 밥가마 앞에서 눈물을 짜던 나의 동생도.
그 모든 것 이 내 설움을 불러와 통곡을 터뜨리게 했다.
위한 혜택, 아
이들을 위한 놀이터가아파트들마다에 있고 노인네들이들러 쉼할 긴 벤치들이 거리의 곳곳 아파트의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북한에서 꿈꾸던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대한민 국에 있었다. 대한민국은
천국(天國)이다.
안된다. 이제
는 모든 것이 내 몫이다.이루지 못했던
것을 꼭 이루기 위해 각오하고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열심히 노력해서 통일작가(統一 作家)로 나의 생(生)을 빛내고 싶다.